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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심포지엄 후기] 그녀가 사라졌다 2018.06.07박근호


그녀가 사라졌다

 

 

매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빨래하던 조각공원의 그녀가 올해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 앞에 서면 왠지 고향에 온 것 같고, 어머니를 뵈온 것 같았는데...

어린 시절 큰 다리 밑으로 이불 호청 빨래감을 다라이에 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 가던 어머니의 표상...

빨래하고 삶고 말리는 하루 동안 고무신으로 고기도 잡고 점심도 먹던 따스한 봄날의 추억은 언제나 순수의 동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올해는 그녀가 보이지 않았고, 건너편에 이웃하던 조각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마실을 간 것일까 아니면 돌아오지 않을 먼 곳으로 간 것일까.

이래저래 그립고 아쉽지만 인생엔 그렇게 사라지는 게 있는 게다.

연례행사처럼 그녀 앞에 서면 그녀는 침묵의 소리로 속삭이곤 했다.

왔어? 1년 동안 잘 지냈어? 내가 씻어줄까? 여기다 벗어놓으렴, 내가 사흘 동안 빨아줄게...’

올해도 있으려니 한 그녀가 없으니 마음이 허허롭고 애잔하다.

2006년 제3회부터였으니 햇수로는 10, 참석은 절반 정도 한 것 같다.

돌아보니 그 사이에 내 시야에서 사라진 것도 적지 않다.

레전드급 찬양팀이었지. 리더는 물론이고 은혜롭게 찬양하던 예쁜 두 자매도.

리더는 전도사가 되었다던데 두 자매는 시집을 갔겠지.

진행을 맡은 여 목사님들도 여럿이 바뀌었고, 안내하던 권사님 집사님들도...

강산도 변한다는 10, 그 세월이 흘렀으니 변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리라.

그러나 올해도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은 싱그럽고 푸르러웠다.

출발일 아침 허리 이상으로 전 강좌를 듣진 못했지만 올해도 말씀의 온고지신은 풍성했다.

박준서 교수님의 레위기/민수기강좌는 연신원 시절 들은 강좌임에도 여전히 새로웠고,

박응천 교수님의 고린도후서를 중심으로 한 바울의 변화는 동병상련을 앓던 내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위로요 격려요 과제였다.

연규홍 총장님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새벽 말씀 또한 내 잔이 넘치는 은총이었다.

매년 유일하게 참석하는 심포지엄이지만 내겐 주의 은혜가 족한 샘터이다.

내년엔 무엇이 사라질까.

1년이라는 기간 동안 곱***고 되새겨 충분히 소화하여 그 사랑과 섬김에 보응하리라.

사흘 동안 하늘을 숨쉴 수 있는 숲을 마련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40:8)

 

 

 

 

간격(間隔)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 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 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 안 도 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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