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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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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의 은혜 2005.07.30이중표목사
어떤 교회의 장로님 한 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분이 집사로 있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항상 자기 승용차로 목사님을 모시고 다니던 매우 겸손한 종이었습니다. '저런 분만 교회에 있다면 살맛나겠다'고 하며 제가 부러워하기도 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사람이 장로가 되자 태도가 돌변하였습니다. 장로가 된 지 3 개월도 안 되어 목사님을 사임케했고, 교회에 큰 시련을 가져다 주었던 것입니다. 그 장로님은 저에게 와서 이렇게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목사님, 저는 장로된 것을 후회합니다. 집사 때는 은혜를 받았으나 장로가 되고서는 도무지 은혜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로가 되니까 목에 힘이 들어가고 목사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게 되니 저도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그래서 제가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습니다.

"장로님은 이제 불쌍하게 되었소. 내 말 잘 들으시오. 장로는 죽으라고 세운 자리요. 죽어야 할 자가 죽지 않으니 자기도 괴롭고, 목사도 괴롭고, 교회가 편치 않은 것이오. 일을 하려 하지 말고 먼저 당신을 죽이기를 힘쓰시오. 그러면 당신의 교회 뿐만 아니라 당신도 살 수 있을 것이요."

교회에서 직분을 맡거나 지위가 높아질수록 은혜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지고 있던 은혜마저도 잃어 버리고, 심한 경우에는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을 자주 봅니다. 저는 그래서 직분을 맡은 성도님들에게, "일하라고 하나님께서 당신을 그 자리에 세운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보다 큰 은혜 받기를 원하십니다. 은혜 중의 최고의 은혜는 자기를 죽이는 별세의 은혜입니다. 이 은혜를 받기에 힘쓰십시오"라고 말하곤 합니다.

별세의 은혜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셨던 은혜입니다. 주님은 남을 탓하거나, 남과 싸워 이기기 보다는 자기를 죽이는 십자가의 길을 가셨습니다. 그 결과 자기도 살고 다른 사람도 살리는 부활의 영광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싸워서 이기려 하면 둘 다 죽습니다. 그러나 자기와 싸우는 자는 둘 다 살리게 됩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려 하면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기를 변화시키면 온 세상이 변합니다. 이것이 바로 별세의 은혜입니다.

제가 시골에서 목회할 때의 일입니다. 사사건건 저를 괴롭히는 어느 교인이 있었습니다. 저는 참다 못해 '그 사람을 쫓아 내든지 내가 여길 떠나든지 결단을 하리라' 하고는 하나님 앞에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도해도 하나님께서 그 사람을 데려갈 생각도 않고, 나를 다른 데로 보낼 생각도 안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새벽마다 부르짖자 하나님께서 마침내 다음과 같은 감동을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종아, 그 사람의 버릇을 고칠 작정이냐?"

"기필코 고칠 작정입니다."

"그만 두어라."

"주님 왜 그러시옵니까?"

"그 사람 버릇은 나도 못 고쳤다. 나도 못 고쳤는데 네가 고치려 하느냐? 그러다가는 네 명대로 못 산다."

"그러면 어떻게 하옵니까?"

"그 사람 일은 나에게 맡기고, 너는 자기 십자가를 매고 나처럼 죽으라."

주님의 말씀 대로 제 자신을 죽이기 시작하자 시비와 원망으로 가득찼던 제 마음이 사랑과 이해의 마음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성도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게 되었고, 그 결과 교회에는 평화가 임하게 되었습니다.

별세의 은혜는 사람과 사람 사람 사이에 평화를 가져다 줍니다. 뿐만 아니라, 곧고 완악한 자들을 위해 자기를 죽이신 그리스도의 마음을 깨닫게 됨으로써 우리의 신앙이 보다 깊은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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